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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106 민구와 광수의 여행
황영찬 2015-11-27 추천 0 댓글 0 조회 1452

꽁트-106               민구와 광수의 여행

 

                                                                         황 영 찬

민구와 광수는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마련하려고 대합실에서 몇몇 사람에게 손을 내

밀었다.

“여행 중에 돈이 떨어져서 돌아갈 차비가 없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어렵게 말문을 열면 사람들은 힐끔힐끔 아래 위를 번갈아 훑어볼 뿐 아

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장난이라도 하는 모양으로 보이는지 빙그레 웃다가 몸을 돌이켜 저만치 자리를

옮겨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다가 동정심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싶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순간이 있지만 그

들도 천 원 이상은 주지 않았다.

“경찰서로 찾아가 사정을 해볼까?”

“괜히 욕이나 먹기 십상이지.”

“그럼 어떻게 하지?”

“방법을 찾아봐야지.”

민구와 광수는 전기 대학입학시험에 떨어진 울적한 심사를 달래보려고 집을 나섰는

데 지금은 당장 돌아갈 일이 더 급했다.

원래는 전기 대학 시험 볼 성적이 되지 않는다고 전기 대학 시험을 포기했었는데 마음

씨 좋은 담임선생님이 연습 삼아 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원서를 써주는 바람에

연습도 연습이지만 혹시나 하는 요행수를 바라고 응시 했었다.

그러나 막상 전기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보니 연습 삼아 본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아주

다르게 충격이 왔다. 그것은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하면

서 받은 충격이었다.

그 충격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대니 머리를 식혀 후기 시험에 대비하자고 집을 나

서 열차에 몸을 실은 게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여행에 대한 무슨 계획이 있을 리 만무했다.

거기에다 기분을 풀자고 생각 없이 술을 마신 게 그들을 빈털터리로 만들었다.

“빈 집이라도 털까?”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 무슨 빈집이 있겠니? 그리고 빈집이 있어도 어떻게 그런 일을

해?”

“그럼 어떻게 해? 여기서 집까지 걸어갈 수도 없고.”

“그래도 무슨 수가 있겠지.”

그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걸어갔다.

민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문을 열어놓은 집이라도 있는가,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그때 그들 앞에 우뚝 솟아있는 붉은 벽돌 건물의 예배당이 눈에 들어왔다.

“옳지 교회로 가자.”

“거긴 왜?”

“교회는 문을 열어 놓잖아?”

“그럼 교회를 털려고?”

광수는 민구의 이야기를 수상쩍게 여기며 물었다.

“그냥 들어가 보는 거지. 무슨 수가 있는가 하고.”

“하필 교회를? 난 싫어.”

“넌 교회를 다니지도 않잖아?”

“그래도 넌 교회를 다니잖아. 너희 부모님은 교회의 집사님이구.”

“난 3학년이 되면서 거의 안 나갔어.”

“민구는 광수의 말을 막기 위해 얼른 그 말을 꺼냈다. 그러나 광수는 민구의 말을 받   

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교인은 교인이잖아? 그리고 너희 부모님도 그렇고.”

“뭐, 잠깐 실례하는 건데.”

“난 싫어. 하나님이 노하실거야.”

“노여워하시긴, 웃으시겠지. 하는 짓이 우스꽝스러워서.”

“아무튼 싫어. 난 하나님이 두려워.”

“알았어.”

민구는 교회도 다니지 않는 광수가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

나 그것이 그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 주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더라도 순간적으로 교회를 털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을 교회

도 다니지 않는 광수가 극구 만류하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찔한 현

기증이 일어났다.

“그럼 넌 여기 있어. 내가 목사님을 뵙고 나올게.”

민구는 아무래도 교회에 익숙한 자기가 목사님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리라 생각했다.

“글쎄, 안 된단 데도.”

“걱정 말래도. 나쁜 일이 아니니까.”

“그럼, 뭣 하러 들어가겠다는 거야?”

광수는 민구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그를 말리려고 했다.

“걱정하지 말래도. 집에다 전화를 건다니까.”

“전화라면 공중전화도 있잖아. 전화 걸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민구는 광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광수는 지금까지 그가 자기를 실망시킨 일은 없지

만 그러나 지금은 그의 행동이 수상쩍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불안을 느꼈다.

잠시 그곳에 서서 서성거리던 광수는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가 보는 예배

당이어서 그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뒤쪽에 있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궁둥

이를 붙였다. 그리고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빌었다.

“하나님,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민구를 지켜주십시오. 나쁜 일은 마음에도

두지 말게 해주세요.”

광수는 처음 드리는 기도여서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할 말이 많지 않지만 쉽게 자

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는 똑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나님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있는 동안 목사관에서 나온 민구가 가만히 다가와 광수의 어깨를 흔

들었다.

광수는 민구를 따라 밖으로 나오면서 마당에 서 있는 목사를 보았다. 그러나 민구가

앞서 목사에게 인사를 하고 떠남으로 그도 꾸벅 절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어떻게 된 거야?”

광수는 그동안의 일이 궁금하여 민구에게 물었다.

“사정 이야기를 하고 집에 전화를 걸겠다고 했지. 목사님 은행구좌에 입금을 시키면

그 돈을 찾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가서, 입금을 시켜달라고 하시면서 그냥 돈을 빌려주시는 거야.”

“네가 말씀을 잘 드린 모양이지?”

“아니야. 목사님이 좋으신 분이니까 그렇지.”

“그런 걸, 난 불안해서 그냥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기도를 했

지. ‘하나님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그랬구나. 네, 기도 때문이야.”

“뭐가?”

“이렇게 문제가 쉽게 해결된 것이.”

“뭘 나는 교회도 안 다니는데.”

광수의 말에 민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광수도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교회 다니는 나보다 네가 나아.’

민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광수는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친 김에 나도 아주 교회를 다닐까?’

그들은 역을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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