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꽁트

  • 커뮤니티 >
  • 신앙꽁트
꽁트-96 믿습니까?
황영찬 2013-01-06 추천 0 댓글 0 조회 504
 

꽁트-96           믿습니까?


                                                        황     영     찬

 박 영근 목사가 시무하는 한사랑 교회에서는 지난 주간에 심령 부흥회가 있었다.

 주일 저녁부터 시작하여 수요일에 끝난 부흥회는 시간마다 은혜가 넘쳤다. 부흥회가 흔히 그렇듯 그 기간은 모든 것이 새롭고 특별했다. 따지고 보면 늘 듣던 하나님의 말씀인데 전연 새로운 말씀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느 예배처럼 경건한 분위기는 덜한 대신 뜨거운 열기가 흘러 넘쳤다.

 웃음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고 아멘 소리도 쉴 새가 없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전적으로 강사 목사에 의해서 이뤄졌다.

 박 목사는 그동안 예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었지만 어느 하나 효과가 없었다. 그러므로 부흥회 기간에 있었던 뜨거운 분위기는 강사의 영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부흥회 때처럼 성도들이 열심을 내고 뜨거운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교회는 곧 부흥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박 목사는 부흥회 강사처럼 해보고 싶었다. 연극배우는 아니지만 웃기고 울리는 일 중 적어도 웃기는 일은 꼭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어색하게 느껴져 일부러 피해오던 말도 강사처럼 주저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다. 그 중의 하나가 “믿습니까?”였다. “믿습니까?”라고 성도들에게 물으면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쉬운 설교가 성도들의 화답으로 일체감이 조성되고 또 예배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설교 시간만 되면 병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던 사람들도 아멘 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 깨어나는 유익도 기대되었다.

 박 목사는 부흥회 열기가 식기 전에 이것만이라도 즉 “믿습니까?” “아멘”을 실행하려고 했다.

 “믿습니까?”

 박 목사는 주일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 계속해서 ‘믿습니까?’를 외쳤다. 억양을 달리 해 보기도 하고 연거푸 ‘믿습니까?’를 반복했다.

 아직은 성도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박 목사는 우선 자기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바로 변화의 출발이었다.

 마침내 박 목사는 주일 아침 강단에 섰다. 계속 연습했던 “믿습니까?”를 가장 알맞은 때에 자연스럽게 사용할 기회를 찾았다. 그러나 성도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하필 성도가 ‘아멘’을 너무 헤프게 써도 안 된다는 말을 기억해 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너무 쉽게 아멘을 남발하고 있다는 소리이다. 정말 신앙적 결단에서 나와야 할 아멘이 습관적으로 외쳐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일생을 통해 한 두 번 해봄직한 소리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반문이 생겼다. 좋은 거라면 많아서 더욱 좋은 것이 아닌가? 어렵게 작정한 것이니 한 번 시도해보자고 그는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그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지난 주간에 있었던 부흥회에서 많은 은혜를 받으셨습니까?”

 “아멘!”

 부흥회 때처럼 큰 소리로 외쳐대는 아멘은 아니지만 몇 사람이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우선 마음을 놓으면서 얼른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하나님이 은혜주신 것을 믿습니까?”

 “아멘!”

 생각보다 쉽게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만 하면 쉽게 풀리는 것처럼 그의 “믿습니까?”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설교를 하면서 조금의 틈만 있다 싶으면 “믿습니까?”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성도들도 어김없이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렇게 순탄한 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설교도 어느새 결론 부분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순간 지금까지 많이 해온 ‘믿습니까?’ 대신 다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의 변화만 주어도 신선함을 주면서도 같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는 머릿속에서 쾌재를 불렀다. 그렇잖아도 부흥강사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런 부담도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계획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설교의 마무리를 멋지게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이제 그가 ‘믿습니까?’ 대신 사용하려는 “확신합니까?”는 “확실히 믿습니까?”의 뜻이므로 내용의 차이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신앙의 단계를 높여주는 효과도 가져 올 것 같았다. 왜냐하면 ‘믿습니다.’ 보다는 ‘확실히 믿습니다’가 더 높은 단계의 신앙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교회 안에서 자주 쓰고 있는 ‘믿습니까?’를 대신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사용한 어휘가 개그맨이 유행시킨 말처럼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정말 그렇게 되면 교인들도 이러한 그를 새로운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놀라기까지 할 것이다. 바로 그들의 목사가 유행시킨 어휘라고 자랑하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목에 힘을 주며 그 말을 외쳤다.

 “확신하십니까?”

 “------”

 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닌가?

 ‘믿습니까?’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아멘’을 외쳐대던 교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다시 한 번 외쳤다.

 “확신하십니까?”

 “-------”

 그러나 굳게 다문 교인들의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박 목사는 ‘믿습니까?’하는 말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끝.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꽁트-97 또 시작이군 황영찬 2013.03.29 0 1264
다음글 꽁트-95 건축헌신예배 황영찬 2013.01.06 0 574

200160 TEL : 033-254-4059 지도보기

Copyright © 춘천침례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0
  • Total101,233
  •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