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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97 또 시작이군
황영찬 2013-03-29 추천 0 댓글 0 조회 1431
 

꽁트-97          또 시작이군

                                                      황   영   찬     

 조용하던 경산 교회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이 유성 장로가 돌아오면서였다. 그는 경산이 고향이고, 경산 교회가 모교회이다.

 경산을 떠나 사업을 하던 그가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겠다고 돌아온 것이다.

 뇌졸 증으로 쓰러진 후 회복되기는 했으나 조심을 하는 게 좋다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낙향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고향에 돌아오면서 가지고 온 직함은 사장 이외 장로(長老)가 있었다. 두 가지가 다 벗어놓은 직책 때문에 없어질 직함이 아니다. 한 번 사장이었던 사람은 회사가 망해 없어진 후에도 사장이고, 더욱이 장로는 영원직이라고 징계를 받지 않는 한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장로 제도가 없는 경산 교회에서 그를 어떻게 부르느냐 하는 것이었다.

 “왜 침례교회를 다니던 사람이 침례교회를 다니지 않고 장로가 돼 가지고 와서 골치 아프게 만드는 거야?”

 “거기도 침례교회였다는군.” 

 “침례교회인데도 장로가 있어?”

 “그런 교회가 있다는 군. 안수집사를 장로라고 불러주는 거야.”

 “목사님께서 처리하시겠지 뭐.”

 그러나 경산교회의 강 목사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총회에서는 개 교회의 결정에 따라 안수집사를 장로로 부를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시행 세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현재는 개 교회의 형편에 맞춰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 분 안수집사님이 기도를 많이 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데 앞장을 서십시오.”

 이렇게 강 목사가 안수집사에게 그 책임을 맡기자 그들은 정말 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다른 교회 사정도 알아보았다.

 이렇게 그들이 그 문제를 놓고 열심히 기도하고 알아보는 동안 오히려 서로의 입장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집사는 침례교회의 이상과 주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호칭장로 제도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최 집사는 다른 교파의 장로 직제가 아니라 단지 호칭의 문제니 현실을 감안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이었다.

 “직분은 교리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습니다.” 

 김 집사가 이렇게 주장하고 나서면 최 집사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그것은 행정입니다.”

 “그럼 어느 것이 맞는지 목사님께 여쭤봅시다.”

 그래서 둘이는 강 목사를 찾았다.

 “김 집사님은 그것이 왜 교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강 목사는 먼저 김 집사에게 물었다.

 “예, 그것은 ‘신약교회 교리’라는 책에서 교회 직분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교리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최 집사님은 왜 그것을 행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교회행정 편람’이나, ‘교회행정’에 관한 책에서 직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도 맞군요.”

 “그럼 목사님은 어느 쪽이십니까?” 

 김 집사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총회에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일 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있는 게 교리이지 거기에 무슨 이견이 있겠습니까?”

 “그 교리가 교회에서 운용될 때에는 행정이 되는 거죠.”

 “꼭 무슨 말장난 같네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김 집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불만을 쏟아놓았다.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죠.”

 그래서 그들은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에 교회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다.

 이 유성 장로에 대한 호칭이 양분되기 시작했다. 어느 사람은 그를 장로라고 불렀고 또 다른 사람은 그를 안수집사라고 불렀다. 그가 전에 경산 교회에서 안수집사였을 때 맺어진 인간관계 때문에 그때의 직함대로 안수집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또 김 집사처럼 경산 교회에는 아직 호칭 장로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안수집사라고 불러야 한다고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총회에서도 호칭장로를 결정하였고, 다른 교회에서 불러온 직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며 장로로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이 유성 장로가 그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여생을 고향에서 평안히 지내며 또 힘닿는 대로 교회를 섬기고 싶은 마음 이외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교인들의 논쟁에 관심도 없었고 교회가 시끄러워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런데 이런 그의 마음도 아랑곳 하지 않고 김 집사는 문제가 들어났을 때 깨끗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장로 호칭을 금하는 결정을 하겠다고 사무처리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이 유성 장로는 강 목사를 찾아가 자기 문제로 사무처리회까지 소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목사님이 예배시간에 광고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산 교회는 아직 호칭장로 제도를 결정한 바가 없으니 장로 호칭 대신 안수 집사로 불러주면 좋겠다, 라고 광고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도 좋고 교회도 조용해지지 않겠습니까?.”    

 “장로님, 그러면 더 시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사무처리회에서 결정한다고 했으니 장로님은 그저 모른 체 하시고 지나시지요. 죄송합니다.”

 강 목사는 그냥 덮어두는 것보다 그 편이 낫다 싶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김 집사가 제안한 안건을 두고 표결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로 호칭을 반대하는 안건은 삼분의 이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강 목사는 장로 호칭을 반대하는 안건이 부결되었으니 이 유성 장로의 호칭을 인정하는 것으로 사건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집사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장로 호칭 찬성에 대해서도 가부를 물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원래 상정 안건이 부결되면 그것으로 사건은 종결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안건은 다음에 상정하셔야 합니다. 혹 다른 분들은, 의견이 없으십니까?

 목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최 집사가 나섰다.

 “찬성에 대한 투표를 하자는데 하시지요.”

 최 집사는 김 집사의 상정 안건이 부결되었으니 그 표가 다 자기편이라고 믿고 있는지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또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강 목사는 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없습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반대하는 분이 계시면 표결을 하지 않겠습니다.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그래서 또 호칭장로 찬성 표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결되었다.

 그러니까 회의는 하나마나한 것이 되었다. 결국 반대도 아니고 찬성도 아니라는 결론이 난 셈이다. 그러니까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들인 모양이다.

 이래저래 강 목사는 이 유성 장로 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호기를 부리는 최 집사의 말을 듣고 회의를 느슨하게 이끌어가다가 문제를 키운 꼴이 된 것이다.

 다행히 그 무렵 이 유성 장로가 다시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염려하던 건강이 호전된 데다가 아들이 사업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해서 거들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호칭 장로문제 때문에 열을 내던 몇몇 사람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이 되었다.

 이 유성 장로의 일로 문제가 시작되었는데 문제의 장본인이 없어졌으니 싱겁게 막이 내린 것이다.

 “그게 다 하나님의 뜻이지.”

 김 집사가 의기양양해서 최 집사에게 말했다.

 “뭐가 하나님의 뜻이야?”

 “이 유성 집사가 떠나간 것 말이지. 하나님도 그걸 원치 않으시는 걸 나타내신 거지.”

 “이 장로가 떠나간 것을 꼭 그렇게 생각하누?”

 그러면서도 최 집사는 한풀 꺾인 사람처럼 우물쭈물 대꾸했다.

 그런데 몇 주일 지나서 이 유성 장로가 다시 내려왔다. 생각보다 아들이 사업을 잘 꾸려나가고 있어서 아예 손을 떼기 위해 서둘러 고향으로 온 것이다.

 “이게 하나님의 뜻이지.”

 이번에는 최 집사가 김 집사에게 큰 소리를 쳤다.
“뭐가?”

 “이 유성 장로가 돌아온 것 말이야.”

 “이 집사가 돌아온 것을 꼭 그렇게 생각하누?”

 지난 번 최 집사의 말을 따라하면서, 김 집사가 한풀 꺾여 있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강 목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또 시작이군! 하라는 전도는 열심을 내지 않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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