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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98 사례비
황영찬 2013-03-29 추천 0 댓글 0 조회 1302
 

꽁트-98      사례비

                                                         황   영    찬

 낙원 교회는 장년 교인이 팔십 명쯤 모이는 작은 교회다. 규모는 작아도 아름다운 예배당을 신축한 작년부터는 의욕적으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교회 살림은 늘 빠듯했다.

 예배당을 신축하느라고 바닥이 난 교회 재정이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시작한 선교사업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매월 첫 주일에 나가던 목회자 사례비가 한 주일 늦어지더니 어느새 마지막 주일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는 달을 넘기는 때도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연말 결산이 다가온 것이다.

 그날은 운영위원들이 모이는 날이었다. 운영위원회는 매월 마지막 주에 모여 교회의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점검하고 새달에 진행할 일들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낙원교회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직 시간이 일러 몇 집사가 참석을 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위원장인 목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때 재무집사가 연말 결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어서 목회자 사례비 문제를 제기했다.

 “사례비가 나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결산을 해야 하지요?”

 “그러면 다음 회계연도에서 지급하면 되잖아요?”

 재무 집사의 말에 누군가가 얼른 대꾸를 했다.

 “그렇기는 한데 그게 사례비라서요.”

 “왜, 사례비는 뭐가 다른가요?”

 “제가 지난 주간에 소망 교회 부흥회를 참석했었는데 거기서 사례비에 대한 말씀을 들었거든요.”

 “그래요? 뭐가 다르던가요?”

 “강사 목사님 말씀이---”

 재무 집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목회자의 사례비는 일반 직장의 봉급과는 달리 하나님의 사자를 예우해서 드리는 생활비라고 했다. 그래서 드리는 시기도 월말이 아니라 월초여야 한다. 일한 대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대해 아무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의 일을 하십시오’라는 뜻으로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봉급과 사례비는 다르다. 봉급처럼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 없어서 못 줘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겁니까?”  

 재무집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 한 집사가 따졌다.

 “아니,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 사례비는 그렇다니까 하는 소립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그동안 교회 형편이 어렵다고 사례비를 정말 사례비답게 못 드렸는데,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여겨집니다.”

 “사례비답게 드리지 못했다니요?”

 재무집사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자기는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왔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서운한 모양이다.

 “사례비는 첫 주일에 드려야 한다면서요? 그런 걸 달까지 넘겼으니,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다면 좋다는 뜻이겠지요. 꼭 그래야 사례비라는 법이 있나요?”

 재무집사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

 “그렇게 가르쳤다면서요?”

 “그거야 강사님 말씀이시지, 성경 말씀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요.”

 “자, 그만들 하세요.”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집사가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얼른 그들을 막았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멈췄다.   

 문이 열리고 목사와 집사들이 들어왔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기다려 목사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연말 결산과 새해 예산에 대해서 말씀들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세부적인 것은 재정부에서 다루겠지만 규모나 방향은 여기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 때문에 먼저 온 집사들은 입을 열지 못했고 나중에 온 집사들은 늦게 온 터라 먼저 온 집사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목사는 돈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쉽게 열지 않는 교인들의 습성 때문에 침묵을 지키는 줄로만 알고 그들을 채근했다.

 “어서 이야기를 해보세요. 무슨 말씀이든지.”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목사는 재무 집사를 향하여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작은 재무집사님이 하셔야겠네요. 그 동안 교회 살림을 해오셨으니까 문제점도 잘 파악하고 계실 겁니다.”

 “제가 뭘 아나요? 결정한 대로 집행을 하는 것뿐인데요.”

 “그래도 재정을 집행하다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텐데요.”

 “그럼 제가 한 말씀 드릴게요. 사실은 이런 말씀을 목사님께 드려도 되는지 몰라서요.”

 재무집사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한 집사가 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재무집사는 멈추지 않았다. 한 집사는 아직 자기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줄로 알고 다시 한 번 옆구리를 찔렀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한 집사를 쳐다보았다. 한 집사는 얼른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나 재무집사는 자기의 말을 이어갔다.

 “목사님도 아시는 대로 교회 재정이 적자예요.”

 “예,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례비가 나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계면쩍다는 듯이 자기 뒤통수를 긁었다.

 “어떻게 처리를 하다니요?”

 목사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례비는 봉급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그야, 그렇지요.”

 “그러니까 --”

 거기에서 그의 말이 잠시 끊어졌다. 다른 집사들은 그의 다음 말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숨을 죽였다.    

 “미불된 사례비는 내년도 예산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어디서 그런 소릴 들었습니까?”

 “지난 주간 소망교회 부흥회에 참석했었는데 강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요.”

 “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앞뒤 말씀을 모르니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네요. 확실하지 않을 때는 다른 교회에서는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겠지요.”

 “그럼, 재정부에서 알아보는 게 좋겠네요.”

 다른 집사가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빨리 종결하려는 듯 그렇게 제안을 했다. 그러나 목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닙니다. 사실 그런 야기를 물어보는 일도 그렇고 또 그런 사정을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는 재무집사가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자기가 떠맡을 번한 일을 벗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려우시겠지만 여러분들이 특별헌금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시죠. 사례비니까.”

 목사가 말하자 한 집사가 얼른 대답을 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마 부흥강사가 다음 해로 넘기지 말라고 한 것도 이렇게 하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할렐루야, 아멘!”

 한 집사의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화답했다. 다만 재무 집사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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