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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100 제직회
황영찬 2013-07-02 추천 0 댓글 0 조회 1080
 

꽁트-100                제직회


                                                          황     영      찬

 이웃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 광오 목사는 가끔씩 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내게 털어놓곤 했다.

 나이가 위인데다가 목회 경력이 내가 많다고 해서 의논을 해오는 터였다. 그렇다고 무슨 속 시원한 대답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서도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는 것에 위안을 받는 모양이었다.

 이러한 그가 요즘 들어서 자주 입에 담는 이야기는 제직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제직회만 시작하면 무슨 제 세상이나 만났다는 듯이 떠드는 사람이 있어서 시끄럽다니까요.”

 “그럴 때는 교회 일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거니 하고 그냥 내버려둬.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한두 번이 아니야요. 계속 그러는 걸요.”

 “우리 교회도 한두 사람이 그렇지. 그래서 다른 사람도 말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의를 시켰지만 소용이 없었어.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아니까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아. 그게 그 사람의 버릇이거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 거야.

 “글쎄, 그렇게 넘어가기는 하지만 화가 나잖아요. 제직회가 무슨 자기들 낯을 세우는 곳도 아니잖아요.”

 이 목사는 정말 그때의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뭐 그렇기야 하겠어? 오히려 미안해서 그러겠지.”

 “미안하다니요?”

 그는 내가 한 말을 되물었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도 나는 이렇게 교회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 광고를 하는 셈이지.”  

 “그런 면도 있겠지요. 제직회 때 큰소리치는 것 말고는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까요.”

 이 목사는 내 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수긍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잘해줘. 그런 사람들이 교회 아니면 어디서 큰소리나 쳐보겠어?”

 “그렇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니까 문제지요.”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되지.”

 “그러니까 회의 꼴은 엉망이 되지요.”

 “그러면 회의 시간을 저녁 예배 시간 뒤로 변경을 해봐. 보나마나 그런 사람들치고 예배시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 없으니까.”

 나는 묘책이라도 가르쳐 주듯 그에게 말했다.

 “벌써 해봤어요. 미국 교회에서는 주로 수요일 기도회 후에 모임을 갖는다고 해서, 주일 밤 예배 후에 제직회를 모였지요.”

 “그랬더니, 뭐가 달라졌어?”

 나는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랬더니 그날은 저녁 예배에 참석을 했더군요.”

 “얌체군. 그렇다고 매주일 저녁 예배 때마다 제직회를 열수도 없으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그래도 그는  또 내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가르쳐야지.”

 나는 그때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자신 있게 말했다. 

 “어떻게요.”

 “정탐꾼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정탐꾼이요?”

 “가나안을 정탐한 열두 명의 이야기 말이야.”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던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각 지파의 지도자 한명 씩 열두 명을 뽑아 가나안 땅을 정탐케 했다.

 마침내 그들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백성들 앞에서 보고대회를 가졌다. 물론 모세가 지켜보는 앞에서다. 정탐꾼의 보고 내용은 서로 일치했다. 그 땅에는 아름다운 산물이 많고 성은 견고했으며 병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정탐꾼들의 주장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땅을 점령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 앞에 메뚜기처럼 초라한 존재에 불과하니까요.”

 “아닙니다.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신다고 약속하셨으니 무조건 올라가야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엇갈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였다.

 열 사람은 그 땅을 점령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두 사람만이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에 점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열 사람 정탐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백성들은 광야에서 죽는 게 낫겠다,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며 그 두 명의 정탐꾼을 돌로 쳐 죽이려고 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개입하셨다. 그동안 많은 기적으로 그들을 인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순종한 그들에게 하나님은 그 땅을 보지 못하게 하실 뿐만 아니라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하리라고 하셨다. 결국 그들은 광야에서 다 죽고 두 정탐꾼과 당시 20세 이하의 사람들만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이 성경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여서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까 교회의 회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강조해야지.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소수를 지지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목회자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가르쳐야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자신도 그런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그래야 마땅하다고 믿고 있고 다른 목회자들도 내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회의를 두고 가르쳐 본 일은 없지만 한 번 해봐,”

 “해볼까요?”

 회의에 얼마나 속을 썩였으면 그럴까 그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얼마 후 그는 정말 내 제안대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그 일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면 또 무슨 방법을 가르쳐 야할지 걱정부터 했다.

 나는 이 목사에게 다음 말을 채근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 소용이 없어요.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라고요.”

 “뭐라고 큰 소리를 쳐?”

 “그걸 들으시면 뭘 해요. 기가 막힐 노릇이지.”   

 “무슨 소리인데?”

 “정말 들어보실래요?”

 “무슨 소리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

 “들어보시면 아시게 될 거야요.”

 그는 마침내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목사님, 그럼 제직회는 왜 해요? 기도를 해야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오, 주여!”

 나는 그에게 또 무슨 방법을 가르쳐주어야할지 걱정하던 일도 잊고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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