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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101 고자질
황영찬 2013-12-06 추천 0 댓글 0 조회 1381

꽁트-101          고자질

                                                          황      영      찬

 박 집사는 수다스런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말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말을 옮기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는 말을 옮기면서 기분 내키는 대로 이야기를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처음 것과는 아주 딴판이 되었다. 실제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퍼져 나갔다.

 그런데다가 그녀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자주 목사에게 전달했다. 교인들의 사정을 아는 것이 목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정도가 심했다. 속된 표현을 하면 고자질이었다.

 얼마 전에는 그녀가 심각한 얼굴로 목사를 찾아왔다.

 “이런 말씀을 드려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몰라서요.”

 다른 때처럼 그녀는 이야기를 하기 전 뜸을 들였다. 그것은 그녀가 하고 싶지 않지만 목사가 하라고 해서 했다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목사가 그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곤란하시면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그녀는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그래도 목사님이 아셔야 할 일이니 제가 미운 사람이 되더라도 해야죠.”

 혼자 북치고 장구 친다는 말처럼 결국 그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했다. 그래서 목사도 그녀가 오면 무슨 이야기든 빨리 털어놓고 가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바랄 게 없었다.

 “글쎄, 저희 구역에서는 예배를 드리고 나서 비디오를 보았다니까요. 그러니 예배드린 게 뭐가 되겠어요.”

 그녀의 한숨 섞인 소리를 들으며 목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집사님이 못 보게 막으셔야죠.”

 무슨 비디오를 보았느냐고 묻기도 어려워 목사는 딴청을 부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들이 좋아하겠어요?”

 “그렇지만 같이 보고나서 이야기를 하면 고자질 했다고 하지 않겠어요?”

 “제가 뭐 그런 소릴 무서워할 사람인가요.”

 “하여간 알았습니다. 내가 기회를 엿보아 무슨 얘기든 하겠습니다.”

 목사는 그녀를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그러나 목사는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덮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녀가 물어보면 기회가 없어서 아직 말을 못했다고 하던가, 그들이 함께 보고나서 혼자 거룩한 체 일러바쳤다고 생각하게 될까봐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동안은 조용했다.

 크고 작은 소문을 옮기며 그러다가 무슨 잘못이라도 찾으면 어김없이 목사에게 보고하던 그녀의 활동이 뜸해진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가까이 하던 사람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다가도 그녀가 나타나면 모두 입을 다물거나 딴 데로 말머리를 돌렸다.

 눈치 빠른 그녀가 그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에게 접근하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열심히 그들을 쫓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처럼 그녀가 힘들어하는 대신 모든 일은 평온했다. 목사는 다행이다 싶었다.

 이쯤 되면 그녀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으리라고 여겨졌다. 그녀의 나쁜 버릇도 뿌리 채 뽑혔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목사를 찾아왔다. 그 동안의 일도 궁금하던 터라 목사는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집사님, 오늘 얼굴이 환한 것을 보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모양이지요?”

 “그래 보여요?”

 “예. 무슨 일인지 들어볼까요?”

 “사실은 좋은 이야기가 아니야요.”

 “그래도 얼굴 표정은 그렇지 않은데요.”

 “목사님이 그렇게 봐주시니 그렇겠지요.”

 그렇다고 그녀의 얼굴을 다시 살펴볼 수는 없었다. 그녀도 그런 말에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목사님, 왜 교인들이 사랑이 없지요? 마음들이 어떻게나 좁은지, 믿지 않는 사람보다 나을게 없다니까요.”

 “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교인들이 저를 따돌리고 있거든요. 무슨 말을 하다가도 나만 가면 입을 다물어버린다니까요.”

 그런 일이라면 목사도 짐작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조심스럽게 대꾸를 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오해가 생긴 건 아닐까요?”

 “그렇지가 않다니까요. 제가 입바른 소리를 하니까 그게 싫어서 그런 거죠. 왜, 제가 모르나요? 그렇지만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또 목사님을 도와드리려고 그럴 뿐인데.”

 “저야, 집사님의 그런 마음을 알지요. 그러나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요.”

 그녀는 울먹이는 소리로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주어야지. 왕따를 시키면 되겠어요?”  

 ‘그러니까, 집사님이 말을 조심해야지요.’

 목사는 차마 이런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달리 할 말도 없었다.

 한참 후 목사는 그녀를 향해 입에 밴 말을 했다.

 “집사님, 내가 기회를 엿보아 그들에게 무슨 말이든 하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목사의 말을 듣고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근심스럽게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목사는 혼잣소리로 중얼 거렸다.      

 “주님은, 내가 한 말을 두고 뭐라 하실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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