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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102 거울 앞에서
황영찬 2014-05-20 추천 0 댓글 0 조회 1457
 

꽁트-102             거울 앞에서

                                                             황 영 찬

목사인 나도 기도할 때 주님을 눈앞에 두고 대화를 해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며칠 전 기도를 할 때 주님이 나타나셔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특별한 은혜가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날 나는 우리 교회가 시험에 들게 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 교회의 몇몇 집사들이 자기 멋대로 내뱉은 말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시련을 넘기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 것이다.

그런데 홀연히 주님이 나타나서 내 앞에 서 계셨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불현 듯 수다쟁이들의 입에 지퍼를 채워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주님께 그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얼른 떠오른 생각 때문에 기뻐하며 주님께 말씀을 드렸다.

“주님, 사람들이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이야기를 할 때나 다른 사람을 실족시킬 말을 할 때 입이 삐뚤어지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정말 그렇게 해도 좋겠느냐?”

욕을 하는 사람의 입이 삐뚤어지면 다시 욕을 하지 않을 테고, 남을 비방하는 사람의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면 누가 다시 비방을 하겠는가?

그렇게 되면 교회는 감사와 찬송이 넘쳐나게 되고, 슬픈 자를 위로하고, 낙심한 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만 할 것 같았다.

여기저기 모여서 수군거리는 습관도 없어질 것이고, 목사 흉보고, 집사 헐뜯고 하는 어리석은 짓도 사라질 것이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주님이 선뜻 허락을 하지 않으시는 게 마음에 걸려 모든 걸 아시는 주님께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목사인 네 입도 돌아갈 텐데.”

“그거야 할 수 없죠. 그러나 제가 회개 기도를 하면 용서하시고 고쳐주실 게 아닙니까?”

미처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좀 섬뜩했지만 그러나 회개하면 용서하시는 주님의 은혜와 사랑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그건 그렇지.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아라.”

주님은 내게 무엇이 문제라는 것은 알려주시지 않았지만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잘못 말하는 신자들마다 입이 삐뚤어져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얼른 떠오르는 생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욱이 주님을 기다리시게 하는 것이 여간 황송한 일이 아니어서 나는 주님께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했다.

“주님, 하루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래라”

주님은 짧게 대답을 하신 후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모습을 감추셨다.

주님이 자취를 감추시자 떨리던 마음이 갈앉는 대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후회가 되는 것은 왜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이제부터는 주님과 약속한 시간 안에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기로 했다.

갑자기 내가 무거운 짐을 떠맡았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이 아니라면 얼마나 감격스러운 체험이었을까? 주님을 만나서 대화를 한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런데 왜 주님은 더 깊이 생각해보라고 하셨을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입이 삐뚤어진 사람이 자기 모습에 놀라 근심하고, 부끄러워하고, 기도하다가 자기가 잘못 입을 놀려서 그렇게 된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하나님께 회개하며 용서를 구해서 고침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막말하던 습관도 고쳐질 것이 아닌가?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입단속을 하게 될 테고.

그런데 이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효과 만점일 이 방법 대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문제를 찾기 위해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주님의 뜻을 알 수 없고 또 다른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하루 종일 생각을 거듭했지만 아무 소득도 얻지 못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잠깐 졸다가 무슨 꿈을 꾸기는 했는데 무슨 꿈인지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우선 시행을 하다가 취소를 하더라도 당장은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 지켜보다가 이건 아니다 하는 판단이 서면 주님께 취소를 요청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님께 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그래, 깊이 생각해 보았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다른 방법도 생각나지 않으니 우선 이 방법대로 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취소하든가 고치면 안 되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러나 그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지?”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지.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던 게지.”

“모르겠는데요.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어도 남는 게 없었어요.”

“그래, 어떻게 하겠느냐?”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내 고집을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이렇게 내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는데 불현 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그때 주님이 왜 내게 더 깊이 생각해 보라고 하셨는지를 알 것 같았다.

“주님, 제가 참겠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고쳐, 입이 삐뚤어지는 것을 그만두게 해 달라고 했다.

“그게 좋겠느냐?”

“다른 방법이 없는데요.”

나는 주님이 내 대답을 들으시면서 빙그레 웃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조금 전 주님께서 말씀하실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던 일이 생각났다.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지.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던 게지.”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일이다. 그러나 나는 엉겁결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었다.

“모르겠는데요.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어도 남는 게 없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잠깐 졸다가 꿈을 꿨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어떤 꿈을 꿨다는 것만 생각났지 내용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꿈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

교인들 입이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자 모두들 입조심을 시작했다. 그래서 교회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교회가 괜히 무서워진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입이 삐뚤어졌다가 회복된 사람이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다며 슬그머니 교회를 떠났다. 이번에는 입이 돌아가자 겁이 난다며 바로 교회를 떠난 사람도 생겼다. 그러자 불안해하는 교인들이 모여서 수군수군 하더니 하나 둘 교회를 떠났다. 그래서 내가 괴로워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꿈이 흔히 말하는 개꿈이 아니라 주님이 내게 넣어준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도 기억나지 않던 꿈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나 아까 주님이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던 게지.”라고 말씀하신 것이 그것을 두고 하신 말씀 같았다.

“주님 용서하십시오. 부질없는 생각으로 주님을 귀찮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난 괜찮다. 네 입을 삐뚤어지게 하면 되니까.”

“예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더욱 불안해진 것은 주님이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자취를 감추셨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내 입이 옆으로 돌아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거울 앞에 서서 아무리 뜯어보아도 내 얼굴은 그대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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