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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104 최집사의 기도
황영찬 2014-12-01 추천 0 댓글 0 조회 1370

꽁트-104                   최 집사의 기도

                                                                               황     영    찬                      

이 순애 성도는 새 신자다.

새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앞집에 사는 최 금순 집사에게 전도를 받을 때 몇 번 “다음에 나가죠.”를 반복하다가 교회를 따라 나가서 교인이 되었다.

그리고 목사가 그녀를 새 신자로 소개하면서 붙여준 ‘성도’가 그녀의 교회 직함이다. 처음에, 그녀는 그 ‘성도’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여겼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신자에게 붙여주는 이름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성도’란 이름은 다른 직분을 갖지 못한 신자들이 서운하게 여기지 않도록 붙여준 이름 같았다.

그래서 ‘성도’라고 불릴 때마다 황송해 하던 그녀도 차츰 익숙해지더니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제일 편한 위치의 신자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최 금순 집사가 열심이어서 이 순애 성도는 빠른 속도로 교회 일에 익숙해졌다. 교회의 웬만한 모임에는 다 끌고 다니면서, 이래야 빨리 믿음이 성장하는 법이라며 그녀를 부추겼다. 이 순애 성도도 최 집사를 따라 다니는 것이 싫지 않았다. 처음 대하는 일이 많아서 마음을 졸이는 일도 있지만 모르던 신앙의 세계를 점점 더 알게 되는 기쁨도 커져가기만 했다.

이러한 이 순애 성도가 더욱 분주해진 것은 봄이 돌아와 겨우내 나목으로 버티고 서있던 가로수에서 연두 빛 새 잎이 돋아나면서였다. 환절기 감기가 유행이 되니 최 금순 집사가 구역 식구들을 심방하느라고 매일 같이 외출이 잦았고, 물론 이 순애 성도가 그녀를 동행했다.

최 집사는 마치 이 순애 성도를 훈련시키는 기회라도 잡은 듯 열심히 그녀를 끌고 다녔다. 이래서 그녀는 심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또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알았다. 무엇보다도 믿음으로 병을 고치는 신유의 능력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면 그랬다.

“걱정하지 마세요. 기도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하나님이 기도하도록 잠깐 시련을 겪게 하시는 거예요.”

“병원엘 가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야요. 기도해야 병원엘 가도 빨리 낫는다는 뜻이지요.”

최 집사가 아이들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한두 마디씩 해 주는 말은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그 말들은 이 순애 성도에게도 감명을 주었다.

“그럼, 이젠 병이 나도 병원에 갈 필요가 없겠네요?”

이 순애 성도는 환자가 있는 곳마다 들려서, 믿고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고 말하는 최 집사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럴 만한 믿음이 있어야지요. 믿음도 없이 돈 아끼려고 병원에를 가지 않으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지요.”

“그러면 그 믿음을 어떻게 알아보죠?”

“그것도 믿음이 있어야지요.”

“결국 믿음이 문제군요.”

“그래요.”

그러나 이 순애 성도는 아직도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최 집사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자기의 신앙 수준이 그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답답하지만 더 기다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도 그녀는 최 집사를 더 신뢰하게 되었고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믿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다녀간 뒤 아픈 아이가 완전히 나았다거나 많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게 될 때 그녀는 최 집사가 무조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며칠 후 일이 이상하게 틀어졌다.

최 집사가 가자는 대로 구역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복동이 엄마는 참 믿음이 순수하지요?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라니까요. 그러니 하나님이 귀여워하시죠. 그렇게 아프던 복동이가 나은 것 보세요. 엄마의 믿음이 하나님을 감동시켰다니까요.”

최 집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복동이 엄마를 칭찬했다. 그것은 이 순애 성도도 인정하는 일이었다. 최 집사의 말처럼 그녀의 믿음도 순수하고 복동이의 감기도 나았으니 모두가 좋고 잘 된 일이었다.

“우리 집에서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최 집사가 기분이 좋아서 그녀에게 말했다.

“나중에 하죠. 온종일 집을 비웠으니 얼른 들어가야죠.”

이 순애 성도가 그냥 가려고 하자 최 집사가 그녀를 잡아끌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끌려가면서, 최 집사가 또 자기 며느리에게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고 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최 집사의 며느리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는데 최 집사처럼 열정은 없었다. 최 집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순애 성도는 며느리가 뜨거운 신앙은 아니라고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래서 최 집사는 이 순애 성도를 응원부대로 삼아 며느리의 신앙을 북돋아주려고 했다.

최 집사는 그동안의 일을 며느리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마침 며느리는 집에 있었다.

“시간 맞춰 들어오시네요. 밖에 좀 다녀오려고요.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거든요.”

“저런, 어디가 아픈데?”

최 집사가 이 순애 성도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다.

“감긴가 봐요.”

“언제부터 그런데?”

“아침에 보니 열이 있던데요.”

“공부하는 애, 빨리 고쳐줘야 한다.”

최 집사는 손자의 일이 걱정이 되는지 그때부터 밖을 내다보며 손자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손자가 들어오자 얼른 손자를 끌어안았다. 이 순애 성도는 최 집사가 손자를 위해 안수 기도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애들보다 더 간절하게 기도를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녀는 최 집사를 지켜보았다.

“아이고, 열이 많구나. 빨리 병원엘 데리고 가거라.”

이 순애 성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서둘러 아이와 엄마가 밖으로 나가자 이 순애 성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기도를 해주시지 않고요?”

“속으로 했어요. 며느리가 싫어하거든요.”

“예?”

“며느리가 좀 까칠하잖아요.”

“예에, 그렇군요.”

이 순애 성도는 최 집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느라고 애를 썼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며느리가 안수기도를 한다면 질색을 해요. 자 어서 차나 마십시다.”

갑자기 최 집사는 말머리를 돌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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