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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71 도배
황영찬 2009-09-19 추천 0 댓글 0 조회 766
 

꽁트-71           도 배        


                                                                황     영     찬


 은성 교회의 김 목사는 교회 건축을 시작하면서 내게 자주 자문을 구해왔다. 지난 해 우리 교회가 예배당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내 목회 경험이나 예배당 건축 경험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도 워낙 그의 인품이 겸손하여 내세울 게 없는 내게 무슨 문제든지 의논을 해왔다. 내가 겪은 일들을 들려주면서 함께 기도하고 염려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는 그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예배당 건축은 성도들에게도 그렇지만 목회자에게는 아주 큰일이다. 나는 은성 교회의 설계 단계에서, 그래도 목회자가 긴 안목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단 설계가 나오고 건축이 시작되면 김 목사에게 욕심을 내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설계대로만 하시고 돈이 더 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변경을 하세요.”

 내가 그런 충고를 해서라기보다 워낙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였으므로 은성 교회의 교회 건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건축비 부족 때문에 직영으로 시공을 하고 있어 느리긴 해도 중단 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모두 감사를 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는 여간 안타깝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진행 속도라면 금년 안에 완공이 어려울 같았고 함께 신축하고 있는 사택의 사정은 더 급했다. 춥기 전에 입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목사는 예배당이 급하다고 그쪽 일에만 매달려 있어서 이사 날 자를 정해놓고서도 사택은 문도 달지 못했다. 별 수 없이 이사 날 자를 한 달 연기하고서야 가까스로 이삿짐을 옮겼다. 그것도 사택이 완공되지 못해 이삿짐을 풀지도 못하고 잠만 한데 잠을 면한 것이었다.

 이렇게 짐을 옮겨놓고서는 그나마 사택 공사는 아예 손을 놓고 말았다. 그래서 은성 교회를 방문하는 이웃 교회 목회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사택 일을 마무리 짓는 게 급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크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사택부터 완성을 해야 목회자가 안정된 생활을 해 목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성화였다. 그래야 건축 때문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목회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김 목사도 전적으로 동의를 했다. 설교 준비를 하려고 주석서를 찾으려면 여기 저기 이삿짐을 쑤셔놓아야 하고 어느 때는 그나마 찾지 못하여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교인들은 사택을 자주 드나들면서도 그런 사정은 모르는지, 처음에는 이재민 생활처럼 을씨년스럽다고 안타까워하더니 차츰 눈에 익은 탓일까 숫제 사택 일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러는 동안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왔다.

 성탄절이 되자 모두들 성탄절 행사에 마음이 쏠리고 있었다. 그래서 은성 교회는 예배당은 물론 사택도 해를 넘겨야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다 못해 나는 우리 교회에서 조그만 일이라도 돕고자 집사들과 의논을 했다. 남은 일이라야 단열재를 붙이고 도배를 하는 것이어서 큰돈 들것도 없었다. 우리는 김 목사와 의논하여 필요한 자료들을 구입해서 보냈다. 전문 도배사처럼 할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공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당연히 교인들이 하겠거니 생각하고 나는 그들에게 맡겨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 내 생각이 빗나간 것을 알았다.

 “목사님, 우리가 가서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은성 교회에 보낸 도배 자료를 구입한 우리 교회 이 집사가 느닷없이 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들려보았더니 목사님이 손수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집사님들은 안 계시고요?”

 “한 분만 계시던데요.”

 “그래요? 그럼 가서 도와드리시지요.”

 “그래서 박 집사님과 함께 가려고요.”

 “그러시지요. 그럼 수고해 주세요.”

 일꾼이 많은 것 같아도 막상 필요할 땐 일손이 딸리는 법인데 은성 교회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뒤 바로 이 집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들이 일을 도우려고 갔을 때 마침 교회를 다녀가는 어떤 집사님이 그들을 막무가내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작기는 하지만 개척 교회가 아닌데 이러시면 소문만 나쁘게 납니다. 그러니 도배는 저희들이 할 테니 그냥 돌아가세요.”

 “뭐 같은 교인끼리 조금 거들려고 하는 건데.”

 “그래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목사님도 그냥 계십시오. 그러시면 저희들 망신을 시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떻든 일은 추진될 테니 잘 되었네요. 집사님 수고하셨어요.”

 이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정말 그렇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교인들이 자기 교회를 사랑하고 거기에 따른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 교회에 누를 끼치게 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며 염려하다가 곧 그 일을 잊어버렸다. 성탄절 행사와 연말연시 행사가 몹시 바빴기 때문이다.

 계속된 행사가 끝나자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그간의 일도 궁금해서 은성 교회를 방문했다. 김 목사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내가 사택 현관에 발을 들여놓으며 처음 느낀 것은 도배가 되지 않은 시멘트벽에서 뿜어내고 있는 냉기와 시멘트 냄새였다. 

 “아직도--”

 나는 불쑥 튀어나오는 말을 막으려고 입을 얼른 다물었다. 그리고 나는 태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담소하면서 차를 마셨다.

 도배 이야기는 누구도 끝까지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 목사와 헤어져 혼자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꾹 참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흥, 개척 교회가 아니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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