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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72 건망증
황영찬 2009-10-29 추천 0 댓글 0 조회 430
 

꽁트-72                       건망증


                                                                황     영     찬


 아침상을 물렸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 전화 통화가 어려워지자 요즘에는 아침 일찍 아니면 밤에 걸려오는 전화가 늘어났다. 그것이 모두 바빠서 그렇겠지만 전화를 받는 내게는 자꾸 일거리만 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를 받는 것이 기다려지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자신에게 일러두었다.

 날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화 받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꼼짝도 하지 않고 쉬었으면 하는데 전화는 꼭 그런 때를 골라오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오는 잔화를 받지 않을 수도 없어 받으면 영락없이 귀찮은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 교회입니다.”

 내가 전화를 받자 저쪽에서 바로 “찬양 교회 김 덕성 목사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금방 그를 알아봤다.

 “목사님! 제가 대구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피쯤 가게 되었으므로 전화로나마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예, 그러시군요. 그럼 가시는 교회는 여기보다 크겠군요?”

 “예. 커도 별로 큰 것은 아닙니다.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아니 괜찮습니다. 떠나실 준비로 바쁘실 텐데요.”

 전화 통화는 그쯤에서 끝이 났다.

 전화를 끊고 보니 그에게 송별회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해주지 못한 일이  떠올랐다.

 그가 연합회 회원이 된지 삼 년이 넘었으므로 자격이야 충분하지만 회원들의 송별회 참석률이 문제였다. 현 임원이든가 시내 중심가의 큰 교회 목사들의 송별회 같으면 회원들의 참석률이 괜찮아 송별회가 모양을 갖추지만 그렇지 않은 회원들의 송별회는 모여 보았자 열 명 미만이었다.

 몇 사람이고 모이는 대로 식사나 하고 헤어진다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백 여 명이 넘는 회원 중에서 칠팔 명 정도 모인다면 모인 사람도 그렇지만 송별회 당사자의 체면도 말이 아니었다. 물론 송별회 참석률을 높이자면 참석자가 회비를 내는 대신 연합회에서 비용을 부담하면 되겠지만 회원들의 전체 의사는 참석자가 부담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목회자 이동은 많았어도 그동안 목회자 연합회 이름으로 모인 송별회는 몇 차례 없었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회원들은 왜 자기를 위한 송별회는 열어주지 않는 것일까 하고 서운해 할 수도 있으므로 그런 사정을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동하는 목회자를 따라 다니면서 말할 수는 없고 김 목사처럼 떠나게 되었다고 인사를 해올 때 “전에는 송별회도 열었었는데 근래에는 모두 바쁘다 보니 모이지를 못하고 있다.”며 미안하단 인사를 하면 좋을 것을 내가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밤 아홉시 경에 또 김 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찬양 교회 김 목사인데, 회장님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대구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침에 그의 전화를 받았으므로 그가 말하려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기 저기 전화를 걸다가 아침의 일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 편에서 그걸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그가 나와 이야기 하는 동안에 아침의 일을 기억하게 될 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미안해 할까봐 모른 체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넘어가서 잘 못 될 게 없는 일이었다.

 그가 하는 얘기만 듣기로 하고 대답은 되도록 줄이려고 했다. 그렇다고 전연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어 한 마디 했다.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가시게 돼서 기쁘시겠네요.”

 얼른 대꾸가 궁해진 내가 엉겁결에 한 말이다.  대구가 춘천보다 따뜻하기야 하겠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춘천도 옛날 같지 않게 많이 따뜻해졌으므로 추위타령을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겨울에도 심방이 있지만 목사의 일이 밖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아니니 추운 일기 타령은 정말 싱거운 인사치례였다.

 이래저래 전화를 길게 붙들고 있을 처지가 못 되었다. 그렇다고 아침에 하지 못한 송별회 이야기를 지금 새삼스럽게 끄집어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 그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젊은 목사가 벌써 건망증이 생겨서야.”

 이렇게 내가 중얼 거리며 전화기를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내가 먼저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았는지, 저쪽에서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장은 건망증이 심한가봐. 송별회 얘긴 꺼내지도 않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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