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73 어떤 실수
황 영 찬
“목사님, 계십니까?‘
현관 앞에서 사람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교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만 그렇게 불쑥 찾아오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달갑지 않았다.
월부 책장사가 아니면 도움을 바라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먼저 전화부터 걸어 시간을 약속하기 때문에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벌써 방문자가 누군가를 알 수 있다.
나는 별 일이 없으면 오전 중에는 서재에 있기 때문에 문 밖에서 나는 소리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현관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서재가 있기 때문이다.
“목사님, 계십니까?”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 때까지 그 소리는 두 번이나 더 계속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을 때 거기에는 초췌한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사십은 조금 넘어 보이는 그 남자는 술기운으로 눈자위가 풀어져 초점을 잃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목사님께 부탁의 말씀을 좀 드릴까 해서요.”
“무슨 일인데요?”
나는 형식적으로 물었지만 그게 다 돈을 달라는 이야기라고 알아차렸다.
“예, 제가 돈을 받으러 양구를 갔으나 사람을 만나지 못해 그냥 돌아오는 길입니다. 돈이 떨어져서 소양 땜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소양 땜 선착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려면 그 거리가 삼십 리쯤 된다. 시내버스를 타도 삼십 분은 걸렸다. 그 거리를 걸어서 왔다는 것이다. 정말 그는 먼 길을 걸어서 지친 사람처럼 힘없는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지난번에도 똑 같은 모습으로 찾아와 지금과 똑 같은 소리를 했었다.
“집이 경기도 연천입니다. 갈 차비를 좀 도와주십시오. 저도 교회에 다니는 교인입니다.”
그가 띄엄띄엄 하고 있는 말은 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점점 내 부아를 긁어 놓았다. 그가 꾸민 연극도 그렇지만 자신이 교인이라는 말은 더욱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꾸욱 참았다. 그리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백 원짜리 동전 두 개를 가지고 나왔다. 지난 번 그가 왔을 때 아무 소리 않고 만원을 주었지만 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이백 원을 그에게 주었다. 그도 아무 소리하지 않고 그 돈을 받았다.
나도 그를 알아보았지만 그도 나를 알아본 게 틀림없다. 그래서 그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데 내가 아무 소리를 하지 않으니 여간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가 아니다. 그는 이백 원을 받고서도 군말 없이 가버렸다.
“이젠 당신도 많이 발전하셨네요.”
어느새 아내가 내 뒤에서 내가 이백 원을 주는 것을 지켜본 모양이다.
“발전을 했다니?”
“천 원을 주지 않고 이백 원을 주었잖아요?”
아내는 내가 무조건 천 원씩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무조건 이백 원씩 준다며 나보고도 그렇게 하라는데, 그래도 교회인데, 하면서 나는 천 원씩을 주었다.
“두 번째 온 사람이야. 차비를 보태 달라고 하는데 오늘도 똑 같은 말을 했거든.”
“그래요? 그럼 한 마디 해주지 않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고쳐지기는커녕 거짓말만 늘 걸.”
“그렇다면 먼저처럼 주셔야지요.”
“앗 참. 그게 내 실수로군. 쫓아가서 주고 올까?”
“이이가? 모처럼 제대로 하고선.”
정말 모처럼 아내의 칭찬(?)을 들었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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