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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83 10월 28일
황영찬 2010-09-17 추천 0 댓글 0 조회 513
 

꽁트-83         10월 28일

                                                황      영     찬  

 최 성우 성도는 신앙 경력이 짧은 편이었다.

 믿음은 내면적이어서 겉으로 나타나는 일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는 주일 예배만큼은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가 시한부 종말론에 깊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거리마다 1992년 10월 28일 주님이 재림하신다고 외치는 이단 집단들이 극성을 피우고 있어 교인들이 미혹을 받을까 염려하고 있는 터에 그런 소문이 있으니 목사로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하기는 점잖은 개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앉는다는 속담이 있듯 사람의 속사정을 누가 알겠는가. 다만 너무 뜻밖의 일이라 그 소문을 믿기가 어려운 것이다.

 목사는 그 진위를 알기 위해 먼저 그의 아내인 박 집사를 부를까 생각하다가 직접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전화로 그를 목양실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궁금해 하면서도 긴말 하지 않고 바로 오겠다고 했다.

 그를 기다리면서, 하필 그가 시한부 종말론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게 도무지 믿을 수 없어, 그의 내부에 어떤 갈등이 있어서 그쪽으로 기울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의 가정이나 직장 생활은 별 탈 없는 것 같았다. 자녀의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가 좋아하는 낚시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과거에는 그가 어떤 시련을 겪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꼭 문제를 찾는다면 낚시를 좋아하는 그가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지 않고 주일 아침 7시에 드리는 예배에 혼자 참석하고 그 길로 바로 낚시를 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목사인 그로서는 다행이라고 여겼고 그의 가족들도 만족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목사는 그가 주일 아침에 떠나는 낚시를 그만 두고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고, 교회에서 다른 성도들과 함께 교제하며 봉사하기를 원했다.

 목사가 이런 일을 생각하는 동안 최 성우 성도가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앉으시지요.”

 목사는 그에게 앉기를 권하고 그가 앉자 따라서 앉았다.

 “시간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목사는 처음 몇 마디 인사말이 오고 간 뒤 바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성도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있어서 좀 물어보려고요.”

 “이상한 소문이라니요?”

 그는 목사의 질문이 뜻밖이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물었다.

 “무슨 소문인데요.?”

 “글쎄, 나도 믿기지 않아서 묻기조차 어렵군요.”

 “말씀해보시지요. 무슨 일인지.”

 “들리는 소문은 성도님이 시한부 종말론에 빠졌다더군요.”

 “예에? 시한부 종말론이요?”

 “왜, 금년 10월 28일에 예수님이 재림하신다고 떠들어대는 것 말입니다.”

 “예,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거기 빠졌다니요?”

 “그럼, 헛소문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것도 뭐 열심히 믿는 사람들 중에 생기는 모양인데 저같이 겨우 예배만 출석하는 사람이 그런 거라도 되겠습니까?”

 “글쎄요. 그런데 왜 하필 성도님에게 그런 소문이 생겼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지요.”

 “저도 그런 소문이 성도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성도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이상하거든요.”

 목사는 그의 이야기로 그가 시한부 종말론에 빠진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소문이 그에게 따라 붙은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목사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글쎄요. 제가 장난 소리를 한 번 해본 게 잘못 전해진 모양입니다.”

 “그럼 아주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란 말이군요.”

 “글쎄요. 그게 근거가 될 수 있는 말인 줄은 저도 모르겠어요.”

 “그게 어떤 말인데요?”

 “사실은--”

 그는 조금은 창피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아내에게 낚싯배를 하나 사자고 했었습니다.”

 “낚싯배라뇨?”

 “호수 가운데 들어가 앉아 고기를 잡는데 쓰는 조그만 배가 있었으면 했는데 누가 팔겠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래서요?”

 “그런데 제 아내가 돈을 내놔야지요. 그래서 10월 28일이면 세상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좀 즐겁게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었죠.”

 그는 웃으며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한 마디 하신 걸 박 집사님이 잘못 소문을 내신 모양이군요.”

 “글쎄요. 저는 그 얘기를 몇 번은 했지만 다른 뜻으로는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말이란 게 그렇지 않습니까? 한 입 두 입 건너가면서 덧붙여지기도 하고 또 머리와 꼬리는 떨어져 나가 처음 이야기와는 아주 딴판인 경우가 되지요.”

 “그렇기는 해도 제 이야기는 너무 빗나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뜬소문이지요.”

 목사는 대꾸하면서 이제 마음을 놓겠구나 싶어 여유를 가지고 말을 이었다.

 “그래 낚싯배는 사셨어요? 시한부 종말론까지 동원했었는데요.”

 목사는 웃으면서 물었다.

 “웬걸요. 혹 떼려다가 오히려 붙였는데요.”

 그의 야기가 점점 재미있어 졌다.

 “혹을 붙였다니요?”

 “그걸 아는 사람이 무슨 낚싯배 타령이냐고요. 낚시 가방도 불태우고 이젠 기도나 하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내가 싹싹 빌었지요. 나는 그런 거 믿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는 정말 그랬는지 두 손으로 비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나요?”

 “낚시 가방은 무사하게 넘어갔는데, 기도를 하라는 거야 내가 할 수 없으니  그 대신 10월 28일까지 낚시를 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날까지요?”

 “엉겁결에 그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제 아내가 꼭 10월 28일을 기한으로 정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10월 31일로 정하자고 했어요.”

“하하하.”  

“난, 10월 28일 때문에 망신만 당했어요. 그런데 제가 거기 빠졌다니 말이 됩니까?”

 목사는 빙그레 웃고 나서 입을 열었다.

 “거기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것보다 백 번 났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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