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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85 아침 식사
황영찬 2011-02-14 추천 0 댓글 0 조회 417
 

꽁트-85        아침 식사


                                                    황     영    찬


 신앙상담이라고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신앙에 관한 것이 아닐 때가 있다.

 김 진규 씨의 경우도 그렇다.

 그가 목사인 내게 털어놓은 문제는 아주 단순한 가정생활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내게 도움을 받고 싶어 했다. 또 인생의 경험도 그보다는 내가 더 많은 터여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꺼낸 이야기는 나 만 큼의 나이를 먹은 사람에게는 그냥 웃어넘길 만 한 것이었다.

 아내가 아침밥을 지어주지 않아서 문제라는 그의 이야기는 본인들에게는  심각할 테지만 내게는 속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됐어요?”

 나는, 아침마다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컵을 먹여 직장으로 그를 내어좇는다는 그의 아내 얼굴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들은 지난봄에 결혼을 했고, 내가 주례를 했으므로 그들의 사정을 전연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신혼의 밀월기여서 무슨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우습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런 아침 식사는 이제는 일반 가정의 보편화된 식습관인데 그걸 문제라고 하니 이상도 하고 또 그 문제로 내게 상담을 하겠다고 왔으니 우선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저는 아침에 우유 한 잔과 빵 두 조각을 먹어왔는데, 그게 싫어진 겁니다.

 “싫어졌으면.”

 나는 작은 소리로 그의 말을 되물었다.

 “밥을 먹고 싶은데 제 아내가 고집을 꺾질 않아요.”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예. 사실은 결혼 전에 약속을 했거든요. 아침엔 빵과 우유를 먹겠다고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꼭 문제랄 것은 없지만.”

 그러면서 그가 꺼낸 말은 자기 사무실의 김 과장 이야기였다.

 그날도 직원들이 사무실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함께 내려갔었다. 그리고 김 과장은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하는 그를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참 좋을 때군. 식성이 좋으니.”

 “아침에 빵을 먹으니 점심밥이 입에 당겨서 그럽니다.”

 “그럴 테지. 하지만 아침에 빵을 먹다간 사람 우습게 된다고.”

 “우습게 된다니요?”

 “공처가가 된다니까.”

 “그건 왜 그렇죠?”

 그가 질문을 하자 동료 직원들도 김 과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뭐, 뻔한 얘기지. 자네 출근할 때 부인이 잠옷 바람으로 나와 배웅을 하지?”

 “예. 맞아요. 그게 뭐 나쁜가요?”

 “누가 나쁘다고 했나? 그렇다고 상황을 설명한 거지.”

 김 과장은 어안이 벙벙해 하는 그에게 그것은 영양학적 식생활 개선이 아니라 여권 신장을 위한 식생활 개선이라며 열을 올렸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자기가 출근 준비를 다 하도록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현관으로 나설 때쯤 쏙 빠져나와 배웅하고 아파트 문 닫기가 무섭게 쪼르르 달려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김 과장의 말대로 자기가 영락없는 공처가로 길들여지는 것만 같았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서서히 갈등이 일어났다. 무엇인가 잘못이 있고 그래서 무엇인가 고쳐져야 할 일이었다.

 그는 우선 아침밥을 함께 먹자고 했다. 혼자 먹으니 입맛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침 식사를 열 시쯤 먹는 것이 오랜 습관이어서 간단히 고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 아침 식사를 빵에서 밥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것도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식생활 개선을 환원 시키는 것은 퇴보라며 바꿔서는 안 될 일로 못을 박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초반전부터 무참한 꼴이 되었는데 마침 시골에서 그의 어머니가 다니러 오셨으므로 불가불 휴전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즐겨 해서 우유와 빵을 먹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고 아내도 잠옷 바람으로 그를 배웅하지는 않았다.

 마음을 졸였지만 어머니는 그런 눈치는 못 채셨는지 아무 소리 없이 시골로 내려가셨다. 그래서 아내는 다시 살판이 났고 그는 다시 치열한 투쟁을 시작할 때가 왔다. 그런데 시골로 내려가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예, 예.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안부 전화인 줄 알았는데, 아내가 쩔쩔 매는 모양이 예사 일이 아닌 게 분명했다.

 “예. 아범 바꿔드릴까요?”

 어머니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데 얼른 전화를 그에게 넘겨버렸다. 엉겁결에 전화를 받은 그는 말도 하기 전에 빨리 끊을 궁리를 했다.

 “어머니, 접니다. 전화 통화료 많이 나오게 뭘 그리 길게 말씀하세요? 제가 다시 전화를 걸까요?”

 “그런 걱정 말아라. 너더러 전화료 물라고 하지 않을 테니.”

 그러면서 어머니는 그에게 아내가 귀엽다고, 오냐 오냐 하다가는 끝이 없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다시 올라 갈 때까지 그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엄명을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그는 힘없이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알기는 뭘 알았다는 거야요? 사내가 쩨쩨하게 그런 걸 어머니께 일러바쳐서 나만 미운 며느리로 만들고 있잖아요.”

 “일러바치기는 누가 일러바쳤다고 그래. 누구라도 보면 알게 될 일이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어떻게 하긴?”

 “설마 폭력은 안 쓰시겠죠?”

 “아직 그토록 절박한 것은 아니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합의에 의해서 고쳐지기를 원하니까.”

 “나는 절대 반대니까요.”

 그러나 어머니의 엄명 때문에 그의 행동은 적극적이 되었다.

 우선 그는 그의 아내가 혼자 식사를 하도록 했다. 저녁 식사를 계속 밖에서 하고 돌아왔다. 주머니 사정이야 좀 어렵게 되었지만 동료들의 각종 모임을 빼놓지 않고 다녔다. 그래서 그녀는 그와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의 속셈은 그녀가 더 이상 아침 열시의 식사 시간을 고집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이 곧 오리라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그녀는 숫제 식사 문제는 달관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여기까지 설명을 하고 나서 그는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목사님,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 무슨 방법이 있기는 할 텐데.”

 해결책이란 당사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매달려야 하는데 그의 아내가 협조를 하지 않는 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문제가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지만 부부 사이의 문제는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아요. 감동을 줘야죠.”

 목사가 말하자 그가 바로 반문을 했다.

 “어떻게요.”

 “지금까지 해온 방법을 철회하고, 그리고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세요. 그러고 나서 김 선생이 손수 아침밥을 해 먹으세요. 꾹 참고 한 달간만 그렇게 해 보세요.”    

 “정말 그렇게 하면 변화가 올까요?”

 그는 그 충고를 받아들일 뜻을 보였다.

 “모르죠. 그러나 방법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니까 효과는 없더라도 무슨 반응이 나오겠죠.”

 목사도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겠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어쩌다가 그런 말이 나왔고, 해놓고 보니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는 돌아가서 군말 없이 그렇게 실천을 했다.

 첫 날은, 쌀이 어디 있는지, 반찬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고 야단법석을 떨었고 그러다가 밥 짓는 시간을 다 보낸 셈이었다.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익혀내지 못하고 부산을 떨다가 출근을 했다.

 다음 날은 반찬거리를 쉽게 찾아낸 대신 찌개를 새까맣게 태워놓고 출근을 했다.

 셋째 날은 그래도 많이 발전을 한 셈이다. 밥이 뜸만 잘 들었으면 완벽할 정도였다. 어제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었다.

 그러나 넷째 날은 도로 퇴보하여 그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조금씩 나아졌는데 다시 둘째 날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달을 채울 때까지 모든 걸 참겠다는 결심을 지켰다. 그래서 그는 참고 매일 아침밥을 해먹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내의 태도는 더욱 냉담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백기를 들게 될 쪽은 자기라고 생각하며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아내를 길들인다고 하다가 결국 자신이 길들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지. 목사님이 시키는 대로 한 달이나 채워야지. 그렇지만 햇반을 준비했으니 훨씬 쉬울 거야. ”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햇반까지 준비한 탓인가 편하고 깊은 잠을 잤다.

 “어서 일어나세요.”

 그는 아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며 머리맡에 있는 탁상시계부터 보았다. 

 “걱정 마, 오늘은 햇반을 준비했거든.”

 그는 일어나면서 여유를 부렸다.

 “맘대로 하세요. 햇반을 먹든지 내가 지은 밥을 먹든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횡하니 방을 나갔다.

 “그럼 누가 속을 줄 알고?”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러나 식탁에는 그녀 말대로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여보, 고마워”

 그는 식탁에 앉으며 “당신이 백기를 든 거야?”라고 묻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 대신 그는 식사 기도를 했다.

 “주여,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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