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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86 하나님이 부셔야지
황영찬 2011-03-08 추천 0 댓글 0 조회 610
 

꽁트-86         하나님이 부셔야지


                                                            황     영     찬


 강 목사는 나를 만나면 그 교회의 최 집사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사람이 부정적이어서 늘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니까!”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그냥 모른 체 하고 지내야지.”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니까 문제지.”

 “그게 다 한가해서 그럴 거야.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한눈 팔 새도 없거든.”  

 “한가하긴, 집에서 조그만 가게를 내고 있는데 꼭 붙어있어야 하니 한가한 것도 아니지.”

 “교회에서 말이야. 무슨 일을 맡겨봐.”

 “맡길 일이 마땅치 않아서.”

 “그럴 테지.”

 나는 그의 말에 동의를 했다. 어떤 교인은 무슨 일이든지 맡기는 대로 다 잘 해내지만 어떤 교인은 그렇지 못했다. 청소 같은 것이야 누구든지 할 수 있겠지만 매일 그것을 맡기기도 곤란했다.

 가르치지 못하면 배우라고 성경공부 반에 밀어 넣으면 취미가 없다고 금방 싫증을 냈다. 그러면 “누가 성경공부를 취미삼아 하는 사람이 있느냐, 영의 양식이니 섭취하는 것이지.”라고 말하면 “설교만 잘 들으면 된다.”고 저 혼자 아는 체를 했다.

 그 말대로 설교만 잘 듣고 깨달았다면 그럴 리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나 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 할 일은 다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 집사에게 맡길 일을 찾던 강 목사는 그를 주차장 안내원으로 고정 배치를 했다. 차량이 많지 않지만 그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서 새로 만든 자리였다. 그런데 얼마가지 못해 주차장에서 잡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주차 시키지 않는다고 불호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주차 질서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훈계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강 목사는 못 본체 하고 넘어갔다. 저러다가 그만 두려니 하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더욱 굳어져 갔다. 그래서 어떤 교인들은 실랑이를 하다가 차를 몰고 되돌아가는 일도 생겼다.

 강 목사는 생각다 못해 그를 주차장 안내부장으로 승진(?)을 시키고 또 한 사람을 그곳에 파견했다.

 “최 집사님은 감독만 하시고, 일은 김 집사님께 맡기세요.”

 강 목사는 몇 번이고 다짐을 받듯 그 말을 되풀이 했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은 철석같이 해놓고 그는 전과 꼭 같은 행동을 했다.

 “내가 하는 걸 잘 보세요.”

 처음에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다음에는 김 집사가 시원치 않아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사람이 그대로인데 일을 바꾼다고 달라지겠는가?”

 강 목사는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내게 털어놓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골치가 아프다는 표시였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글쎄. 이번에는 뭘 맡겨야지?”    

 같은 목사 입장에서 나도 답답하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나님이 부셔야지.”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잖아. 정말 하나님이 부시면 큰일 나니까!”

 “나는 그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이야. 하나님이 회개 시켜야 한다는 뜻이야.”

 그는 얼른 자기 말의 뜻을 설명했다.

 “알아. 하지만 마음을 변화시키려면 그가 가진 것을 부셔야겠지. 재물이든 몸이든지.”

 “그런가?”

 이상하게도 그 뒤로, 최 집사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들의 화제에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화제에 휘말리기 싫어서 그러려니 나도 그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일이 몇 달 동안 계속되니 이번에는 내 쪽에서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엔, 최 집사가 조용해졌어?”

 “그런 셈이야. 아무 소리가 없으니.”

 “그런 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의 말꼬리를 잡고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정말 그가 조용해진 것인지도 모르겠고.”

 “왜 무슨 일이 있어?”

 나는 그의 표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아들이 남의 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복잡하게 됐어. 보험처리가 안 된다는 거야.”

 “그런 일이 있었군.”

 나는 그 다음 말을 생각지 못해 쩔쩔 매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래 저래 할 말이 없게 되었겠군.”

 “그런데 나는 그게 내 말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나 싶어 괴로운 거야.”

 그는 정말 깊은 고민에 빠진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무슨 말인데?”

 “왜, 언젠가 이야기를 했었지 않아. 하나님이 부셔야 한다고.”

 나도 그 때의 일을 기억해 냈다. 그의 마음을 부시기 위해서는 그의 가진 것을 부셔야 하는 것이니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내가 거들었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다 알 수 없고, 우리가 말한 대로 하나님이 다 들어주시는 것도 아니잖아? 내 생각에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

 나는 그의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그것 때문이 아니면?”

 그는 곧 내 말에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도 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정말 오랫동안 그의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그도 불평하지 않았을 거야. 하나님은 심는 대로 거두게 하시니까.”

 “내가 그에 대해 불평하지 않으니까 그도 불평하지 않는 거라고?” 

 그는 아직도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불평을 하기로 한다면야 그런 일을 당했다고 못하겠어? 목사가 기도를 안 해주어서 그렇다느니,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등 얼마든지 불평이 있지.”

 “글쎄.” 

 그는 반신반의를 하는 투였다. 내가 말한 대로 그는 최 집사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으므로 내 말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눈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런 걸 나는 내 말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지.”

 나는 그의 말에 안심을 하면서, 속으로 기도를 했다.

 “오, 주여! 종의 입술을 지켜주소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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