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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87 부모를 닮은 아이
황영찬 2011-04-13 추천 0 댓글 0 조회 591
 

꽁트-87        부모를 닮은 아이


                                                    황   영   찬


 김 세영 집사는 고향 친구 오 준식 집사를 20년 만에 만났다.

 “이거 준식이 아냐?”

 “김 집사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소리치자 그도 반가워서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너, 세영이지?”

 그들은 내민 손을 붙잡고 서로 힘주어 흔들어대다가 그게 마음에 차지 않자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거 얼마만이야?”

 김 집사가 감개무량 한 듯 그를 향하여 묻자 그가 힘없는 소리로 대답했다.

 “고향에서 헤어지고 나서 처음이지. 20년이 됐어.”

 “맞아. 벌써 그렇게 됐어.”

 그들을 비켜가는 사람들이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그들은 비좁은 길을 자신들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들어가 앉을 데를 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다방을 찾아내 들어갔다.

 “그래, 어떻게 살고 있는 거야?”

 김 집사는 그의 일이 여간 궁금하지가 않았다.

 풍문에는 그가 여기 저기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신통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향에도 다녀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김 집사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그리고 함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왔는데, 고향에서 헤어진 후 소식이 끊겼었다.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오 준식 집사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애들은 몇이야?”    

 첫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 고향을 떠나갔으니, 알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김 집사는 열심히 그간의 사정을 물었다. 궁금하기는 서로 마찬 가지였지만 오 집사는 묻기보다 대답하는 쪽이었다.

 김 집사가 그에 대해서 질문하며 가끔씩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는 벌써 알고 있었다고 했다.

 “고향에 못 내려갔지만 소식은 듣고 있어.”

 김 집사는 그에 대해서 듣던 소문이 별로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안 그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친구인 자기가 그의 어려움을 한 번도 나눠 갖지를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 신앙생활은 어때?”

 김 집사는 어렵게 살아 온 그에게 용기를 갖게 만드는 것은 신앙뿐이라 여기며 물었다.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지, 뭐.”  

 이번에도 그는 힘없이 대꾸를 했다. 성격이 좀 까다로운 그는 직장 생활에서도 그런 것처럼 신앙생활에서도 적응을 잘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 집사는 그가 처음 교회에서 말썽(?)을 부리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실은 자기 때문이어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그해 성탄절에 세영이는 자기 교회의 목회자인 전도사에게 선물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 지갑에서 슬쩍 했다.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전도사에게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이 일을 알게 된 준식이가 펄쩍 뛰며 야단이었다.

 “너 그럴 수 있니? 그게 성경을 읽기 위해 양초를 훔치는 일이지. 그런 선물이 무슨 가치가 있겠니?”

 준식이의 책망은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그는 전도사를 찾아가 그에게도 야단을 쳤다.

 “전도사님이 어떻게 가르쳤으면 세영이가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리고 전도사님은 어떻게 그런 선물을 받으십니까?”

 전도사야 알 리 없었지만 그가 제멋대로 야단을 치는 바람에 어이없이 당한 셈이었다. 별 수 없이 전도사가 그 책임을 모두 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세영이가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고, 또 나는 영안이 어두워 그런 것도 모르고 선물을 받았으니 모두 내 잘못이다.”

 이렇게 전도사가 사과하자 준식이는 무슨 개선장군이나 된 듯 의기양양했고, 그때부터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끼어들어 참견을 했다.

 “그런 일은 전도사님께 맡기고 너는 잠자코 있어라.”

 집사들이 충고를 하면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입은 뒀다 뭐 합니까? 집사님들이 할 말을 제대로 한다면 왜 어린 제가 이러겠습니까?”

 누가 내세운 일도 없으나 그는 스스로 집사들의 대변자가 되어 전도사에게  뻔질나게 건의(?)를 했다.

 그렇게 되니 자연히 목회자와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나도 이런 말 하는 게 좋은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지 아주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결국 교회를 들쑥날쑥 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나 둘 기분 나뿐 일들이 늘어났고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리고 그의 적개심도 점점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자신은 언제나 자기가 정의파요 진리의 파수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믿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는 고향을 훌쩍 떠나갔다. 농촌은 답답하여 견딜 수 없다고 자기 가슴을 치는 일이 자주 있더니 갑자기 도시로 빠져나간 것이다.

 “썩을 놈의 세상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있어야지.”

 준식은 모든 게 못마땅하단 투였다. 그러나 김 집사는 그가 걷어차고 나왔다는 직장들이, 그가 퍼붓고 있는 욕설처럼 모두 비리의 온상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글쎄. 요샌 교회도 똑 같다니까.”

 “똑 같다니?”

 “모두 제멋 대로라니까.”

 마치 커다란 불평 덩어리가 그의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지 말끝마다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듣다못해 김 집사는 얼른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아이들은 공부 잘해? 요새는 공부 잘하는 게 효도라는데.”

 “말도 마. 누굴 닮았는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말썽만 피운다니까?”

 “닮기는, 아이들이 클 때는 다 그렇지.”

 “날 닮아 똑똑은 한데--”

 준식은 자기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의 일이 몹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럼, 자넬 닮았으면 똑똑하겠지.”

 김 집사는 그를 닮아 아이들이 매우 영리한 모양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준식은 다음 말을 잇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김 집사는 속으로 중얼 거렸다.

 “성질도 자넬 닮은 모양이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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