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꽁트

  • 커뮤니티 >
  • 신앙꽁트
꽁트-90 구제헌금
황영찬 2012-08-12 추천 0 댓글 0 조회 491
 

꽁트-90     구제 헌금
                                                                              황  영  찬


 김 순애 집사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어제 약속을 할 때는 내일 주일 낮 예배를 마친 후 한 시간 뒤에 만나자고 여유 있게 시간을 정했는데 설교가 길어져 약속 시간을 지키기가 어렵게 되었다.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어서 시간을 못 지켰다고 야단맞을 일은 없지만 택시를 타는 터에 시간에 늦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그녀는 택시가 신호 등 앞에서 멈출 때면 왜 빨리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지 않나 조바심을 했다. 차량들이 밀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는 계속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핸드백에서 미리 택시 요금을 꺼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얼른 택시 요금을 주고 약속 장소를 향해 뛰어가리라고 단단히 준비를 했다.

 “오늘따라 설교가 길어질 게 뭐람?”  

 경기가 어려울 때는 가난한 자의 고통이 더욱 커지는 법이라며, 그들을 위해 구제 헌금을 드리자고 외치는 목사의 설교가 너무 장황하다고 느꼈다.

 “그런 말씀일수록 간결해야 하는데.”

 그녀는 친구와의 약속 시간 때문에 설교가 더 길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다가 성령께서 마음에 감동을 주시는 대로 정성껏 구제헌금을 드리자고 하는 대목에서는 부담감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 십만 원짜리 수표가 한 장 있기는 한데 친구와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혹시 쓸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불가불 구제헌금은 주일헌금처럼 만원으로 결정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 거렸지만 다음에는 꼭 많이 드리겠다면서 그녀는 얼른 만원을 헌금 주머니에 넣었다.

 좀체 열릴 것 같지 않던 길이 트이자 택시는 쏜살 같이 달렸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녀는 준비한 택시요금을 내밀며 “거스름돈은 놔두세요.”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그녀는 건물 이층에 있는 카페의 계단을 가볍게 뛰어올라갔다.     

 그녀는 약속 시간을 지키게 된 것이 무슨 내기에서 이긴 것처럼 신이 났다.

 김 집사는 조금은 어둡게 보이는 실내에서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흔들던 친구는 그것도 모자라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쉽게 찾아냈다.

 “오래 기다렸니?”

 “아니야 나도 방금 들어왔어. 네가 시간에 맞춰오느라고 힘들었겠구나?”

 “늦어질 것 같아 오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이 늦진 않았네.”

  그들은 차를 마시고 나서 얼른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김 집사가 깜짝 놀라서 앉았던 자리를 살폈다. 핸드백이 없었다.

 찬송가와 합본으로 된 성경까지 넣은 핸드백이어서 작은 부피도 아닌데 눈에 띄지를 않았다. 그녀는 힘없이 주저앉으며 “택시야!”라고 말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허둥대다가 그만 핸드백을 차에 놓고 내린 것이다.  

 “그래, 택시 회사나 차량번호는 알고 있어?”

 김 집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신고부터 해야지.”

 김 집사는 친구가 일러주는 대로 신용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수표가 있었지만 번호는커녕 어느 은행 발행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쩔쩔 매는 김 집사를 위해 친구는 “마음씨 좋은 택시 기사라면 고스란히 찾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현금이나 수표만 잃게 될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김 집사는 이런 일을 당한 게 구제헌금으로 드렸어야 할 수표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벌을 내리신 거라고 믿었다.

 친구에게 점심값까지 내게 한 것도 미안한데 택시비까지 받은 후 그녀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모처럼 그녀에게 생기를 되찾게 할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백이 분실물 센터에 보관돼 있다고 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녀는 정말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으로 미룬 구제헌금을 내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믿었다.

 결국 돈이 없어도 점심이 해결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요금까지 문제가 없었지 않은가? 

 다음 날 그녀는 수업이 없다는 딸과 함께 분실물 센터를 방문했다. 자기 물건을 찾아가는 일이기는 해도 낯선 일이고 또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몇 가지 확인 절차를 마치고 잃어버린 물건을 고스란히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날아갈 것 같았다.

 “얘, 아직 점심시간이 이르니 쇼핑이나 할까?”

 그래서 먼저 백화점 한 군데를 들렸다. 처음부터 무엇을 사려고 한 것이 아니므로 한 두 코너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이내 백화점에서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매장에서 일어났다. 백화점에서 나와 몽땅 세일이란 현수막을 요란하게 붙여놓은 판매장에 들어섰을 때 놀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모두 바쁘게 옷가지들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틈을 헤집고 여기저기를 다니던 그들에게도 행운이 다가왔다.

 “엄마 이것 봐요‘”

 “뭐, 말이냐?”

 “이거, 내가 아까 백화점에서 예쁘다고 했던 거잖아요. 똑 같은 상품인데”
“그래, 겉보기는 정말 똑 같구나.”

 “겉만 같은 게 아니라 속도 똑 같아요.”

 백화점에서는 칠십만 원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십 만원의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같은 상품은 아닌가보구나.”

 “아니, 같은 거야요. 엄마, 나 이거 사주지. 돈도 찾았는데. 아주 잊어버린 셈치고.”

 그녀는 딸이 옷을 자기 몸에 걸쳐놓고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자 할 수 없이 핸드백 속에서 꺼낸 수표를 내밀며 “그렇게 마음에 들면 사거라”고 말했다.

 수표를 받아든 딸이 계산대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불현듯 그녀는 신음처럼 중얼 거렸다.

 “오! 내가 무슨 일을 한 거야?” 끝(성광93/1)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꽁트-91 예언 기도 황영찬 2012.08.12 0 608
다음글 꽁트-89 에끼! 이 사람아! 황영찬 2012.05.23 0 524

200160 TEL : 033-254-4059 지도보기

Copyright © 춘천침례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2
  • Total106,404
  •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