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91 예언 기도
황 영 찬
대학 입시철이 되면서 입시생을 위한 특별 기도회를 갖는 교회가 늘어가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수요일 기도회 시간에 수험생을 위한 합심 기도를 시작했다.
어느 목사가 수험생 전원에게 안수 기도를 했는데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사람보다 떨어진 학생이 많아 다음 해부터는 원하는 학생에게만 해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요청할 때만 안수기도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의 태도가 입시생을 둔 어떤 부모들에게는 불만인 모양이다.
그렇게 극성스럽게 특별 기도를 하여도 떨어지는데 가만히 있으니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입시생 자녀들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은 모두가 같지만 그 중에 이 집사가 더욱 그랬다.
재수생 딸을 둔 그녀로서는 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바로 그런 일 중의 하나가 기도였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특별 기도회도 빼놓지 않고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결국 예언기도를 해준다는 곳까지 출입을 했다.
“이 집사님이 재영이 입시 때문에 예언기도를 받으러 갔었나 봐요.”
아내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말문을 열었다.
“거긴 왜?”
“답답해서겠죠. 지난번에도 떨어졌으니.”
“그게 믿지 않는 사람 점치는 것과 똑 같지. 그래 거기선 뭐라고 했대?”
“꼭 합격을 한다고 했나 봐요.”
“잘 됐군. 합격이라니”
“그래서 재영이를 데리고 갔대요.”
“재영인 왜?”
“재영이에게 확신을 갖게 하고 싶었겠죠.”
“그럼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합격이라니.”
“그런데 예언 기도가 처음 같지는 않았나 봐요.”
“뭐가 달라졌는데?”
“합격이 틀림없지만, 그러나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고 했나 봐요. 하나님은 심는 대로 거두게 하신다면서요.”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놓은 셈이군.”
그런 일이 있은 후 만난 이 집사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집사님, 뭐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봐요? 얼굴이 환한걸 보니.”
“그리 보여요? 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어요.”
그녀는 차마 예언기도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못했고 나도 꼭 그 이야길 물어볼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입시 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녀의 밝고 환한 얼굴도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 집사님은 좋겠네요. 꼭 합격한다는 예언 기도를 받았으니.”
이 집사가 예언기도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부러워해서 하는 소리지만 정작 이 집사에게는 오히려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동안에는 예언기도이니 틀림없이 그대로 되리라고 믿었는데 빗나간 예언 기도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요즘엔 이 집사의 얼굴이 전과 같지 않아요.”
이런 낌새를 알아차린 아내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대학 입학시험이 실시되었다.
예년보다 문제가 쉽게 출제되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집사는 딸 재영이가 시험을 잘 보았다는 말에 아주 흡족해 했다. 마지막에 가서 흔들리기는 했지만 예언기도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여기며 합격자 발표 일을 기다렸다. 합격자 발표만 끝나면 그동안의 고생도 다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던 그들에게 날아든 소식은 그들을 충격으로 몰아갔다.
재영이가 시험에 떨어졌다.
붙기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은 시험이라 크게 흉 될 일이 아니지만 이 집사의 집에서는 야단이 났다.
며칠 이불을 뒤쓰고 바깥출입을 않던 이 집사가 분노를 참다못해 그 예언기도를 해준 사람을 찾아갔다.
“거긴 왜 또 찾아갔대?”
내가 아내의 대답을 재촉했다.
“따지러 갔겠죠.”
“그래 따져보았대?”
“그랬대요.”
“그랬더니?”
“뭐, 빤한 얘기죠.”
“뭐가?”
나는, 이 집사 앞에서 그 예언가가 쩔쩔 매다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내 예상이 빗나갔다.
“재영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이 부족했대요. 그래서 하나님이 시련을 주신 거래요. 다음에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요.”
“나는 아내가 전하는 말을 듣고 신음을 토해내듯 주님을 찾았다.
“오, 주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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