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93 전도 대회
황 영 찬
“전도를 하면 뭘 해. 하나도 양육을 못하는데.”
전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었다.
그것은 김 목사나 교인들이 마찬가지였다. 교인들은 새 신자가 들어오면 그들을 양육시켜 활동적인 교인으로 성장시키는 책임이 목사에게 있다고 믿었다. 교회에 온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아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목사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일차적인 책임은 목사에게 있지만 나머지 책임은 교인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교인들이 새 신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아 그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라고 했다. 자기가 전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심지어는 상처까지 주어 새로운 사람들을 교회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전도가 안 되지.”
서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임을 교인들은 목사에게, 목사는 교인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모두가 자기들의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이런 형편이지만 한미 전도대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김 목사는 제직회를 소집했다.
“미국 루지애나 주에서 파송되는 전도 팀이 오기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도 한미전도대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김 목사는 회의소집 목적을 말했다.
그러자 바로 거부 반응이 나왔다.
“전에도 한 두 차례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잖습니까?”
“그래요. 힘만 들지 열매가 없어요.”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소리가 쏟아지는 것을 김 목사가 나서서 막았다.
“한미 전도대회가 힘든 것은 하지 않던 전도를 하려니까 힘든 게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는 전도 대상자를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 것입니다.”
김 목사는 그들의 불평이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여겼다. 마귀의 편이 아니라면 어찌 전도하는 것을 막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 목사의 생각대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효과”를 구실로 내세웠다.
“물론 효과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효과는 아주 오랜 뒤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효과가 하나님 앞에서는 큰 효과로 인정을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전도가 주님의 지상 명령이기 때문에 순종해야 합니다.”
이렇게 김 목사가 강경하게 말하자 교인들의 반대도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바로 전도대회를 하겠다고 밀어붙였다가는 나중에 또 무슨 뒷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고 그는 제직들의 전적인 동의를 얻기 위해 강 집사의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 평소에 꾸준히 전도를 해오고 계신 강 집사님의 의견은 어떤지 들어봅시다.”
김 목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오자 강 집사는 몹시 당황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김 목사는 강 집사의 말에 힘이 솟는 듯 했다.
“제 의견을 말씀 드린다면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하는 게 좋다고 믿습니다.”
그러자 한쪽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효과가 없는데 왜 하죠? 소용없는 결과가 바로 하나님도 원하시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까요?”
그 질문을 받자 강 집사는 몇 년 전 역전에서 만난 한 전도인의 일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한 전도자가 그녀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이단에 속한 사람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나이도 지긋하고 품위도 고상했다. 그래서 호기심을 갖게 된 강 집사가 그에게 다가가 질문을 했다.
“효과가 있나요?”
“웬걸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효과도 없는데 왜 하시죠?”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전도하는 나와 전도를 받는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때 강 집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든 그의 말 때문에 그녀도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어서 대답을 해보시죠.”
그들은 강 집사에게 효과도 없는 일을 왜 하느냐고 묻고 있었다. 강 집사는 몇 년 전 만났던 그 사람처럼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전도는, 전도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혼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 집사가 말하자 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엄숙해졌다. 분위기가 너무 굳어졌다고 여긴 김 목사는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아무래도 한 주간 더 기도해 보시고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김 목사가 회의를 끝내려고 하자 여기저기서 제직들이 입을 열었다.
“뭐, 다음 주일까지 미룰 필요가 있겠습니까?”
“영혼을 구하는 일에 효과만 따질게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기로 결정하시죠. 그 대신 준비를 잘 하도록 하죠.”
이렇게 회의 분위기가 반전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것은 강 집사가 전한 말이 그들의 마음을 감동하도록 성령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회의를 마치며 제직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가 중요한 일을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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