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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94 기권표
황영찬 2012-11-19 추천 0 댓글 0 조회 486
 

꽁트-94      기권 표

 
                                                          황        영        찬

 강북 지방회의 교회 수는 35개이다.

 총회에서 인준하는 한 지방의 교회 수는 20개 이상이다.

 처음 강북 지방회가 구성될 때만 하여도 지방회장을 선출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연장자를 대우한다는 의미에서 나이 많은 목사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는 동안 그런 관례도 깨어졌다. 몇몇 나이 많은 목사를 빼놓고는 목사들의 나이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뉴월 하루 볕이 얼마냐 하는 식으로 따지면 나이 차이는 분명하지만 그렇게 따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교회 규모가 큰 교회 순으로 회장이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몇 년 못가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것도 나이처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 크기가 비슷비슷 했다.

 그래서 마침내 춘추전국(?) 시대가 온 것이다. 자유 경쟁으로 회장을 뽑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주의 방법이지만 그게 말처럼 자유롭지도 않았고 모두가 만족할 수도 없었다.

 회장 선거가 열기를 더해가면서 지지자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많지도 않은 회원들 가운데서 출신 신학교별, 출신도별 등으로 지지기반을 구축하더니 금년에는 선교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김 목사가 일찌감치 필리핀 선교회를 조직하고 현지답사 여행을 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맞선 이 목사는 농어촌 선교회를 조직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농어촌 선교회는 콘도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명분이야 그럴 듯하지만 회장 출마자들이 대부분의 비용을 내고 있는 터라 선교회가 친목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두 선교회가 번갈아 일을 벌이는 동안 어느 선교회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파(?)가 들어났다. 한 지방 안에서 반목하는 세력이 생기는 것이 못마땅해 나는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는데 나처럼 남아있는 사람이 모두 다섯 명이 되었다. 세력으로 따지면 선교회와는 비교가 될 수 없지만 그들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다섯 명도 무시 못 할 세력이 된 것이다.  

 “목사님도 우리 선교회에 들어오시지요. 그래서 저희들에게 힘이 돼주세요.”

 “나는 두 군데 다 들어가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실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먹을까봐 그래요.”

 “두 군데 다 드신다고 나쁠 게 있겠습니까? 저희 선교회에 먼저 들어주시지요.”

“그렇기는 한데, 선거를 앞두고 그러면 속을 보이는 일 같아서 그러네요. 좀 기다려 봅시다.”

 나는 그들의 타는 속을 모른 체 하면서 버티기를 힘썼다. 물론 다른 중도파 목사들도 그랬다. 그들의 설득을 뿌리치는 것이야말로 중도파가 대우받는 특권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회 총회가 있는 12월이 되자 먼저 필립핀 선교회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을 저희 선교회에서 지도위원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

 “그건 안 됩니다.”

 나는 펄쩍 뛰었다. 아무리 감투가 좋은 세상이라지만 이름만 걸어놓는 직책을 맡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극구 사양했다. 그래서 그 일은 없었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알려졌는지 농어촌 선교회에서도 비슷한 제의를 해왔다.

 “저희 선교회의 고문으로 모시려고 이렇게 전화를 올렸습니다.”

 “제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요.”

 나는 지난번처럼 완강하게 그의 청을 거절했다.

 “목사님은 선교에 관심이 많지 않으십니까.”

 “그거야 선교가 주님의 지상 명령이시니까 누구든 그렇지 않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는 쉽게 전화를 끊었다. 나를 꼭 선교회에 가입 시키려고 한 게 아니라 전화를 했었다는 표시를 남기려고 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들의 선거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계산으로는 각각 15표씩 동수이고 나머지 다섯 표가 당락의 향방을 결정하는 절대 수였기 때문이다. 

 중도파 목사들이 어쩌다 모이면 기분 좋게 선거 이야기를 했다. 다섯 표를 가지고 큰 소리를 치는 것도 우습고 서로 회장하겠다고 선교회를 내세우는 것도 그랬다.

 “누가되든 될 터인데.”

 중도파에서는 누가 회장이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투표에 따라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결과를 두고는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다. 그래서 자유 투표를 할 것인가 아니면 행동 통일을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었다.

 “누구에겐가 표를 몰아주는 것은 오히려 지방 분위기를 분열시키는 결과가 되겠지요?” 

 “그래요. 나중에라도 앙금이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각자 마음 내키는 대로 표를 던집시다.”

 “그래도 문제는 될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때문에 당락이 결정된 것으로 여길 테니까요.”

 “차라리 기권표로 통일을 합시다.”

 “모두 기권을 하자고요?”

 “예. 지방회를 위해서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들은 자유 투표에서 기권표로 돌아섰다.

 그런데 우리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그들에게서 번갈아 전화가 왔다. 먼저 걸려온 전화는 줄곧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는 필리핀 선교회 측이었다.

 “목사님께서 국제 선교회를 조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무슨 뜻입니까?”

 “그러면 저희들이 아예 그쪽으로 들어가 선교활동을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필리핀 선교회를 확장하는 게 옳지 없는 선교회가 있는 선교회를 통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의 생각은 꼭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다음에 걸려온 전화도 약속이나 한 듯 그 내용은 엉뚱했다.

 “목사님, 내년 총회에 부총회장에 한 번 출마해 보시지요. 허락만 하시면  저희가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전 그런 일엔 은사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격도 없고요.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마세요.”

 “당장 결정하시지 않더라도 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교단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런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우리가 던 질 기권 표를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기권 표가 이렇게 대단할 줄 누가 알았겠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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